역삼동회계사 역삼동세무사

방향 탐색, 제시가 리더의 중요한 미덕

'빨리', '열심히'만 외치면 공멸의 지름길

  자연의 생명력은 보면 볼수록 대단한 게 많다. 몸은 작아도 살아가는 능력은 결코 작지 않은 생명체들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들어 미국 전역에 걸쳐 사는 제왕나비는 겨울이 오면 일제히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한다. 멕시코 남부에 있는 겨울 월동지로 날아가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북동부나 그 윗쪽의 캐나다 남부에 서식하는 녀석들은 무려 3000km나 되는 여정을 감당해내야 한다. 어느 순간 10억 마리나 되는 나비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겐 장관이지만 서울에서 태국까지의 거리를 오로지 팔랑거리는 날개와 작은 몸집으로 날아가야 하는 나비에겐 고난의 여정이다. 나비 중에선 가장 큰 축에 속하지만 8~9cm 정도밖에 안 되는 몸으로 어떻게 이 먼 거리를, 그것도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을까?

 

3만km 거리 여정에서 방향 정확히 찾는 향유고래

  이게 끝이 아니다. 갔으니 돌아와야 한다. 갈 때는 바람을 타고가니 비교적 쉽게, 2주 만에 여정을 마무리하지만 올 때는 완전히 다르다. 2개월이나 되는 시간과 무려 3세대에 걸친 여정을 치러내야 한다. 겨울을 이겨내느라 허약해진 데다가 먹는 것도 충분치 못해 수명도 짧다. 그래서 할아버지 세대가 출발하면 손자, 손녀 세대들이 도착한다. 신기한 건 언어가 없어 정보를 전달해 줄 수도 없고, 누군가 가이드를 해주는 것도 아닌데 정확히 자기 고향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 나비들의 머리 속에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자철석과 특별한 유전자가 있어 이걸로 방향을 찾는다. '유전자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자철석을 이용해 대를 이어가며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 4세대 나비는 수명이 1~3대에 비해 10배나 길다. 겨울이 오면 한 번에 멕시코로 날아갈 수도 있다.

  아주 특별한 재능 같지만 자연에는 이런 '체내 나침반'을 활용하는 생명체가 의외로 많다. 귀소 본능이 강해 전쟁 때 전서구로 많이 쓰였던 비둘기는 부리 둘레에 자철석을 갖고 있고, 송어는 머릿속에, 꿀벌은 뱃속에 가지고 있다. 알에서 태어난 후 바다로 나간 바다거북도 이걸 이용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정확하게 돌아오고, 향유고래 또한 뇌 속의 자철석을 이용해 매년 적도 근처로 가서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은 후 다시 원래 살던 남극과 북극으로 돌아간다. 제왕나비보다 10배나 먼 3만km나 되는 먼 여정인데도 정확하게 원하는 방향을 찾아간다.

 

서광원, 이코노미스트 17. 9. 11.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