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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환경 변화로 '속도' 경쟁력 사라져... 방향성 설정이 더욱 중요


  아프리카 초원엔 속도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녀석이 산다. 바람의 파이터 치타다. 치타는 200만~300만년 전 덩치 큰 사자가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던 재빠른 가젤들을 타깃으로 출현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바꾸어야 했다. 머리 크기는 물론이고 턱과 이빨, 발톱까지 줄여 스피드를 높였다. 대신 호흡량 확대를 위해 코에서 심장으로 가는 통로를 대폭 넓혔고 심장도 크게 키웠다. 가젤 사냥에 전문화, 차별화한 것이다. 덕분에 치타는 네 발 달린 동물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할 수 있었고 시쳇말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속도 높일 수 있게 진화한 치타

  그런데 이 최고의 능력자가 지금 멸종 위기에 있다. 인간의 보호가 아니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야생에 남은 치타는 많아야 2000~3000마리 뿐. 최고 속도라는 능력을 잃은 걸까? 아니다. 녀석은 여전히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린다. 그런데 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을까? 치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치타를 멸종 위기에서 보호하고 있는 인간이다. 아프리카 전역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치타가 달리던 초원을 가축 방목장과 옥수수 밭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초원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가젤 또한 덩달아 줄어드는 데다 생존공간이 좁아지다 보니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자와 하이에나들과도 자주 부딪친다. 만나고 싶지 않은 건 속도를 얻기 위해 덩치를 희생한 바람에 몸무게가 40~50kg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상대가 안 된다. 애써 잡은 먹이를 눈 앞에서 억울하게 빼앗기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오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법인데, 환경이 워낙 빠르게, 그것도 다른 방향으로 변하다 보니 치타는 대처할 시간이 없다. 자연은 언제나 그렇듯 개체의 이런저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능력이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어야 하고, 어제가 아니라 오늘의 환경에 맞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런 제대로 된 능력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생명에게 자연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어제까지 아무리 잘 살아왔더라도 오늘의 환경에 맞는 능력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자연은 치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서광원, 이코노미스트 17.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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